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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출장은 얼마나 나를 괴롭혔던가! 그것은 인내의 실험이었고 또한 새로운 도약이었다. 도전과 시련에 대한 극복 해 나가는 과정이 눈물겹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허로운 가운데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어찌보면 눈물겨운 고뇌 뒤에 절망의 순간이 해방으로 바뀌었고 오랬동안 가슴을 후벼팠다. 그리고 이제 그 결과에 대하여 비로소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만 한다고 반성하게 된다. 앞으로의 계획과 설계를 수정하고 보다 신중하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로 삼는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그리고 다시는 그런 고통을 받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만 할까? 마치 악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나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을 솥뚜껑만 보고도 놀라는 것처럼 조심스럽다. 휴유증으로...
어제는 김포로 출장을 나갔다
2009.05.23 09:50
-2009년 5월 22일 12시 45분 열차를 기다리는 중에... -
-무궁화호 열차에서 통로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노파가 오리를 과도로 깍아 먹고 있는 중이었다-
-돌아오는 열차는 9시 40분의 무궁화호 열차였다. 천안 쯤에서 마주서 있는 KTX 고속 열차의 내부를 바라보았더니 3분의 1도 탑승하지 않은 텅텅 빈 옆차 내부에 덩그러니 역방향과 순방향으로 세워져 있는 의자의 등밭이가 눈앞에 스치듯 지나쳐갔다.-
기차에서 노트북 컴퓨터에 쓴 내용
생각 1)
도시에서 자라고 성장한 사람은 흙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가 얼마나 왕성하게 자라는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시골에서 전원적으로 살다보면 잡초의 왕성하게 돋아나는 것에 진력이 난다. 그만큼 잡풀이 많은 밭과 그 주위에서 날아오는 씨앗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도회지에서 삶에 익숙한 사람이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서 조금 한적한 곳에 주택을 구입하고 생활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것은 1년만 방치해도 키만큼 자라는 마당의 잡초더미였으니…….
생각 2)
5월 13일. 수요일에 D.Seong 에 출장을 나갈 때, 노트북 컴퓨터를 켜 놓았었나 보다. 오늘 노트북 컴퓨터를 켜자 로그인이 되어 있다는 내용이 뜨고 바로 작동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노트북 컴퓨터는 뚜껑을 덮게 되면 바로 절전모드로 들어간다. 아마 전원을 켜지 않고 급해서 뚜껑을 덮었던 듯싶다. 그 뒤 지금까지 일주일이 넘게 전원을 끄지 않고 절전모드를 유지하다가 전원 스위치를 켜자 로그인이 된 상태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엔터를 치고 글을 로 쓸 수 있었으므로 지금까지 내장된 배터리가 유지되어 있는 것이 무척 신기하였다. 그렇지만 아니나 다를까 30분도 체 못가서 배터리를 교체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배터리를 집에서 넉넉하게 4개씩이나 가방에 넣었으므로 열차 안에서 글을 쓰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준비를 해두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이런 때를 두고하는 말인가보다. 비록 1만원씩 주고 구입한 내장용 배터리였지만 그렇게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였으니 그만큼 기쁨이 두 배는 되리라!
사실 노트북 컴퓨터의 배터리는 매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기 콘센트를 꽂지 않고 달리는 열차 안에서 노트북 컴퓨터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벅찬 행복을 주는지 아마 나만이 갖은 행복은 아닐까?
이 노트북은(삼성 센스 V10) 배터리가 무척 마음에 든다.
또한 일주일이 넘게 배터리의 소모가 되지 않고 켜 있었던 것은 얼마나 안전장치가 잘되어 있는지를 대변하는 게 아닌가! 먼저 출장을 나갈 때와 지금은 상당히 오래 되었지만 내장용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았다는 점이 특별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그렇지만 배터리 자체에 부착된 확인 램프에서는 4개가 모두 켜졌었지만 사용하다보니 30분 정도가 고작이었던 것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생각 3)
2009년 5월 22일 금요일 pm12:37
옥천 역 대합실에서 12:54분 영등포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공장에서 세산에 있는 삼진화학에서 스텐 원판을 드릴 작업과 중앙에 4각으로 절단을 해 달라고 하여 작업하는 중에 김포의 O.Iil라는 공장에서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기계 상태가 이상하네요! PLC가 에러가 점등되고 계속 깜빡입니다!”
어제도 전화를 받았으므로 오늘 전화 받는 것이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어제의 증상은 몇 일전에 화성의 정관으로 출장을 나가서 기계를 점검하고 PLC를 교체한 증상과 똑같았으므로,
“PLC가 이상 있는가. 봅니다! 그런데 어쩌지요? 재고품이 없는데……. 오늘 주문을 넣고 내일 배달이 되면 모래쯤에 가지요!”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완전히 고장 난 것은 아니니까.”
그렇게 약속을 했다.
문제는 PLC에 있었다. 다섯 대 분을 주문하게 되면 60만원정도가 드는데 통장에 잔고가 많지 않아서 조금 걱정이 되어 주문을 미루었던 것이다. 한 개 있던 재고분을 며칠 전에 화성 정관의 D.Seong에서 교체를 해줬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몇 가지 부속품을 화물로 보냈고 A/S 청구 비용과 부품비로 55만원을 신청해 놓았지만 아직 입금되지 않았으므로 그 때까지 미뤄오던 중이었다. 하지만 당장 필요했으므로 어제 주문을 넣고 오늘 오전에 PLC 다섯 개가 경동 택배로 배달이 되었다.
O.Oil에서 사장의 다급해진 음성이 곧이어 전화의 수화기를 타고 들려왔는데 나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오늘 와 줘야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출발해도 오후 4시전에 도착하기 힘들겠네요!”하고 솔직한 생각을 말해 두었다. 그런데 세산이라는 곳에서 갖고 온 물건을 작업하는 중에 연달아 다른 손님들이 들이 닥치는 것이 아닌가! 그 와중에 세 사람의 손님을 받아서 이것저것 해주는데…….
대전에 가면 12시 42분 열차가 있었다. 조금 빠른 편이었지만 옥천에서 12시 54분 열차가 있다는 사실을 집에서 인터넷으로 확인하였으므로 대전으로 가려고 차를 운행하다가 삼거리 못미처서 하천 방향으로 운전대를 틀었다. 하상 주차장에 1톤 봉고 화물차를 세우고 옥천 역까지 불과 200여 미터를 걸어서 도착하니 약간의 시간이 남는다. 그 와중에 대합실 의자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약간의 계획을 바꾸면 조금 여유롭고 마음이 평화롭다. 집에서 바둥바둥 대며 기계 만드는 일에 쫓겨 살 때는 느끼지 못했던 수많은 생각의 흐름이 떠올랐다. 그것은 공장에서 일을 할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의 기류였다. 그 기류에 몸을 맡기고 여유를 갖고 생활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그런데 대전에 쫓기듯이 차를 몰고 간다고 해도 12시 42분 열차를 탈 수가 없을 것이다. 마음만 바쁘고 무턱대고 조급하게 시간에 쫓겨 버둥대고 싶지가 않았던 게 그나마 지금의 여유를 주는 듯하여 한껏 긴장된 마음을 풀어 놓을 수 있었다.
생각 4)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것.
미래에 대한 준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지관 공장을 운영하는 건 무척 힘들 것 같다. 사실 두 가지의 공장을 벌려 놓고 한 곳도 잘 되지 않으면서 우왕좌왕하는 게 눈에 보이듯 선하기 때문이다.
생각 5) 의사 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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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5) 안중근 의사
축사에 세를 놓은 상공장(상을 만드는 공장)에서 불이 나는 꿈을 꾼다. 그동안 건물의 수리를 하면서 비용과 노력이 몇 년에 걸쳐서 나와 아내가 노동력을 제공했었다. 그런 노력과 결과물이 한순간에 화재로 인하여 전소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화재 보험을 들어서 그에 대비하고 싶지만 그렇지도 못하였다. 무허가 건물이었으므로 화재 보험에 들어주지 못한다는 제약이 있어서였다. 잘못되게 되면 화재로 인하여 전체 공장이 전소되고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한줌의 재로 변하여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면 고스란히 피해가 내 몫이 될 수도 있었다.
그곳에 온 사람들은 어떻던가!
두 집이 와서 살고 있는데 일을 하는데도 벅찬 실정인데 이것저것 챙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였다. 일테면 화재에 대한 불연재를 사용하여 도장에 관계되는 제반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연기가 피어나는 것처럼 솟아오르는 환기시설은 하수도 PVC 파이프로 세웠으며 집진시설은 목재와 합판 그리고 내부의 건조장은 스치로폼으로 된 벽체를 사용하여 칸을 막았던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일순간에 화재가 발생되면 촉매제 구실을 하여 폭발을 하듯이 화재가 발생할 것이다.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던가!
일순간에 화재는 겉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며 불을 끄지 못한 상태에서 불길은 임자를 만난 것처럼 상공장에 쌓여 있는 나무 자재와 완제품으로 차곡차곡 페인트칠을 기다리는 제품들이 순식간에 전소되고…….
영등포역 도착하니 O.oil이 나와 있었다.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좌측편의 주차장에서 반기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김포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만 될 것을 미리 대기하고 있는 여러 대의 차량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나는 잡아 탈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해서라고 기계를 고쳐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리라!
그렇다면 이 상황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단 말인가!
적어도 내게 있어서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점을 두고 어떻게 설명을 할까?
운명이란 주어진 삶에서 영위할 수 있는 삶의 두께만큼 비켜 지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적어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말처럼 수레바퀴를 굴려야만 하지 않을까?
O.Oil 에게 역점을 두고 생각하게 하는 근본적인 믿음의 뿌리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보기에는 내가 너무 어설펐다. 적어도 그런 생각만큼 행동이 뒤따르지 않았으니까? 이 모든 것들에 대하여 근원적으로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 그에게 어떤 믿음의 뿌리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가 사업적으로 지금까지 꾸려나오기까지 겪게 된 모든 과정이 어찌 보면 나름대로 역경을 딛고 꿋꿋하게 헤쳐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그만큼 중요하였던 것이다.
삶이란 무엇일까?
적어도 그가 자신의 운명적인 삶에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눈물겨운 과정 중에 아내의 몫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그 비중이 높다고 할지라도 지금의 그에게 있어서 성공하였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이상을 충족하고 있었던가!
돌이켜 보건데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사업적으로 성공을 하였다고 할지언정 높은 경지에 도달하였다고 할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고 하자! 그렇다고 그것이 사업에 도움을 주리라고는 전혀 근거가 없었다.
성공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그의 근검한 생활 모습을 보면 그렇게 높은 이상을 품으리라고 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우수에 젖은 눈빛과 냉소적인이고 싸늘한 미소는 온화한 빛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던 것이다. 마치 기계적으로 대꾸하고 받아 들였지만 인간적인 밑바탕이 전혀 내포되지 않은 철저하게 냉철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가 시대의 통념을 타고난 용감한 나라 잃은 설움을 울분으로 참고 있는 또 하나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는 마음속에 그가 태어나고 자랐던 조국에 대하여 뼈저리게 그리워하고 있었으며 나라 잃은 설음으로 중국에서 조국을 읽고 방황하던 자신의 모습이 그토록 비통할 수가 없었다. 통한의 설음이었다.
중국의 거대한 대륙은 그가 조국에서 일본군과 식민주의 화된 탓에 아부하는 자들로 차고 넘치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만주로 치닫고 왔었지만 이곳의 생활은 더 나을 것도 없었다. 중국인들은 한인들에게 너그럽지 못하였지만 이곳에서 조선인들이 조국을 등지고 중국으로 탈출하면서 겪는 과정을 지켜봐야만 하였으니 그 과오가 너무도 비참한 현실이었다. 조선인의 아녀자들은 한 줌의 생명을 연명하기 위해 중국인들에게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이곳에서도 일본군의 앞잡이들이 된 조선인이 눈에 불을 켜고 죄를 짓고 숨어서 생활하는 조선인들을 찾아내고 핍박하였다.
만주의 한 소읍에서 그는 잠시 머물렀는데 이곳의 식량 사정은 매우 빈곤하였으므로 낫선 타지에서 거지처럼 납루한 옷을 입고 퀭한 눈으로 동태처럼 마른 모습의 한 사내가 해진 옷으로 조각조각 기워 만든 가죽신을 신고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이런 몰골로 이곳을 찾아온 사람에게 좋은 인상은 결코 아니었다. 이방인에 대하여 경계를 하는 게 당연했다. 이곳에는 일본군의 지소가 있었다. 북만주 장단이라는 곳이었다. 산골짜기 아래 오순도순 모여 있는 민가가 유독 눈에 들어왔었다. 동네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둥구나무와 그 아래 정자가 놓여 있었고 주민들이 무더운 여름철의 열기로 뒤덮인 동네에서 들어오는 입구에 앉아서 멀찌감치 떨어진 사람이 뉘엿뉘엿 걸어오는 것을 보면서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실패하면 어쩌나……, 그럼 죽기야 하겠어!’
그런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안돼……, 잡념을 버려야지!”
그는 눈을 질끈 감고 고향에서 일본군의 군화에 짓밟혀서 숨이 넘어가던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들부들 떨던 자신을 떠올려 보았다. 허 상수는 일본군의 앞잡이였으며 뱃살이 나오고 입을 실룩거리며 폼을 잡는 게 영락없는 꼴 볼견이었지만 아무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한일 의정서에 결정된 합의문에는 조선 와조가 일본군에게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조약이 체결되어 있었다. 이완용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조선을 송두리 체 팔아버리는 터무니없는 한일의정서가 체결된 것이다. 그 약정서에는 이른바 불합리 조항을 두었지만 아무도 그 내용을 들먹이지 않았으므로 정치 세력들은 그렇게 기치를 높이 세우지도 않았다.
대원군의 세국정치 이후 이 나라 간신배들의 이간질과 목소리만 높이며 국력은 외면하고 권력 싸움만 일관하던 그 많은 치정주의자들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그곳에서 피비린 내나는 국모의(민비) 죽음이 있었고 이 나라 국력은 쇠퇴하고 몰락해 갔다. 일본 야인들은 이미 일본 열도를 규합하는 패권주의 자가 무리를 규합하여, 마치 조선을 껍질을 까지 않은 채 집어 삼키듯이 통 체로 굴복 시켰던 것이다.
소련군과 대규모로 이 땅에서 싸움을 일으켰다.
이 조그만 나라에 외국군인들의 싸움은 그야말로 많은 전쟁터로 인한 희생을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래처럼 흩어지는 조선인들은 규합조차 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그 오랑캐와 왜구들에게 쫓겨 아비규환을 이루며 시체가 산을 이루었으니……. 그 비참함은 말로 형용키 어려운 것이었다.
생각 6)
게으름과 나태함이 포만감으로 쌓여 있었다. 늘어진 하루 중에 유독 잠에 취하여 꿈결처럼 흐른 하루를 그는 보내면서 그동안 감춰 두었던 자신의 사고력을 실험하게 되었다. 정열적인 욕망으로 밤새 춤을 추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권태와 산만함으로 분별력이 흐려지는 낳았다.
생각 7)
그곳에 숨을 죽일 듯한 긴장감이 흘렀다. 하얼빈의 산엄한 경계 속에서 마치 이토우상이 열차에서 나오고 환호하는 군중들과 손을 흔드는 순간 숨겨둔 허리춤에서 권총과 수류탄을 집어 들고 앞으로 나서면서 소리쳤다.
“이토우미상 네 놈은 역사에서 사라져야한다! 대한민국 만세!”
그 순간 그는 손에 쥐었던 권총을 들어 이토우미상 향해 발사를 하고 수류탄을 던졌다.
“쾅!”
하늘을 진동하듯이 수류탄과 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마치 낙엽이 떨어지듯 땅 바닥에 고꾸라지면서 이토우미는 신음 소리를 내었다.
“윽!”
군중들 속에서 튀어나와 권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투석한 그 사내는 재빨리 돌아선 뒤에 다시 군중들 틈바구니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금 그 숨어든 사람 사이를 타고 자신이 이미 각본에 의하여 여러 차례 훈련을 한 것처럼 유유히 사라졌다. 그는 한 사람을 저격하고 그곳에서 자취를 감출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철두철미한 준비성과 현장을 파악한 선견지명 덕분이었다. 이때 그 뒤를 따르며 호각소리와 상황을 알고 테러범을 추격하기 위한 일본 순사들의 이침이 들려왔다.
“잡아라! 저 놈 잡아…….”
“누구야! 누가 내 발을 밟는 거야!”
“가만히 있어!”
“움직이지 마!”
아귀다툼을 하며 군중들은 일제히 흩어졌으나 아녀자들과 어린아이들은 상황을 잘 알지 못하고 몸이 움직임이 둔하였고 한 순간의 충격으로 온 몸이 마비되는 느낌으로 꼼짝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틈을 비집고 그는 뛰어 들었으며 그 날렵한 몸짓은 마치 물 찬 제비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웠다.
그는 이 순간을 위해 많은 연습을 했으며 자신이 그 순간을 빠져나오는 것까지 철저하게 준비를 해 두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유비무환이었지만 과학적으로 초를 다루는 놀라운 빠르기로 모든 사물은 멈춰 있는 것처럼 그렇게 빈틈이 생긴 구석진 자리를 파고들다가 철길로 뛰어 들었으며 빠르게 질주해오는 화물차로 뛰어 들었다. 그렇지만 화물차는 멈추지 않았고 그는 달려오는 화물차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화물차와 같은 속도가 되자 플랫폼 위에서 중간의 연결을 한 고리부분으로 뛰어 들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질주하는 화물차를 속도를 따라 잡았는지도 아무도 몰랐다.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것은 바로 그때였기 때문이다. 왜, 그가 삶에 그토록 집착하였던가!
의사 안 중근은 저항한 흔적도 없이 순순히 붙잡혔으며 수감되었고 결국에는 사형을 당하였지만 그는 조그마한 빈틈을 비집고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앞에서 사라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