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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나의 뿌리는 어디인가! (동화3)

2008.11.26 21:44

문학 조회 수:3728




저녁 무렵이면 땡초인 나와 여섯 마리 오리들은 집 앞의 하천에서 뚝방길을 따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철망으로 지어 놓은 뒤뜰의 우리(가축을 키우는 집)에서 잠을 자야 했습니다. 한 해 전에는 닭들도 함께 자랐습니다. 문방구에서 색색이 물들여 팔던 병아리 새끼들을 주인 아들이 친구들이 버린 것을 갖고 왔다고 했습니다. 우리들과 함께 컷었는데 숫컷들이다보니 억세고 사나웠었지요. 그런데 머리 속에 시계가 들어 있는 것같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꼬끼요!"하고 기상 나팔을 불었고 저녁에는 그 시간에 정확하게 돌아 왔지요.

  반면에 우리들은 천하 태평했습니다.
  겨울철에는 사료를 닭들과 함께 주기 때문에 뺏기지 앉으려고 꼬박꼬박 돌아 왔습니다만 봄이 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또한 닭들에게 쫒겨 다니었는데 오리들 암컷을 자기들 여자 친구로 삼으려고 달려들어서 다시 하천으로 내려가곤 했었답니다. 어찌나 사나웠던지 이제는 독이 오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람에게도 달려들었답니다. 어린 꼬마들은 닭들이 기를 쓰고 달려들었으므로 무서워서 달아나다가 날카로운 부리로 쪼여서 그만 넘어지기도 하였답니다. 무엇보다 집 주위에 심어 놓은 마늘밭과 열무를 쪼아대어서 싹이 올라오는 족족 줄기가 부러져서 죽어 버렸습니다. 그것이 주인 아저씨의 비위를 건드렸습니다. 저녁에 닭장에 들어오자 모두 잡혀서 식탁에 삼계탕거리가 되고 말았었지요.

  그 뒤부터 우리들도 일 년간은 천하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일 년이 뭐가 태평성대냐고요? 우리들은 많이 살아 봐야 오 년이랍니다. 오히려 육개월이 제 되기도 전에 붙잡혀서 사람들의 오리고기로 팔려 나가는 신세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일은 매우 성가신 일이었습니다. 저희들은 밤눈이 어두워서 전혀 활동을 못하는 닭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야행성으로 밤에 활동을 하기 때문에 밤눈이 더 밝았고 낮에는 물 위에서 고개를 날개죽지에 파묻고 잠을 자는 것을 즐겼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집오리들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낮과 밤을 뒤바꿔 생활하는 탓에 늘상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되었습니다. 집 앞의 하천에서 더 많은 먹이를 찾고 즐길 수 있는 권리가 당연히 우리에게도 있다 이 말씀입니다.
  물론, 개울가 풀숲에 숨어서 잘 수는 있겠지요. 그렇지만, 안전하지가 않습니다. 물속에서 자는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지만, 습관적으로 우리를 사오고 키워주는 주인이 만든 우리(집)로 가야만 했죠. 캄캄해지면 당연이 그렇겠지요. 그렇나 우리 친구들 중에 그런 습관을 거역하는 오리가 생겼습니다.

  일곱 마리 우리 식구들 중 첯 째로, 왕초 오리와 둘 째로, 땡초인 나 세 째부터는 암오리인데, 먼저 설명드린 검순이, 네 째로 목부분과 날개 끝에 흰 반점이 있는 얼룩순이 다섯 째로, 흰바탕에 갈색의 점무늬의 돌순이, 여섯 째로, 옅은 갈색에 짙은 갈색 점이 밖인 점순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을 못 낳는 순오리(왕따) 그렇게 구분합니다.
  그런데, 흰바탕에 갈색의 점 무늬가 있는 돌순이가 일을 내고 말았어요.
  "쾍쾍-"
목이 쉬게 쾍쾍 거렸는데도 사람과 오리와 말이 통해야 말이죠.
"쾍쾍..... 주인님 돌순이가 숲에다가 알을 숨기고 있어요. 알을 우리(집)에다 낳지 않고 밖으로 나와 숲에 만든 둥지에다 낳고 아주 눌러 살 작정인가 봐요! 쾍쾍-"
그 얘기를 미리 주인님께 했는데도 영 못알아 듣더라고요.우리 주인님요?그런데, 내가 아무리 괙괙거려도 정작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단 말씅이여요. 정말 답답해 죽겠어요.
결국에 기고 만장한 것은 돌순이였어요.
"땡초야, 네가 아무리 말해도 듣지를 못한다. 백날 목이 터져라 울어 봐라 알아 듣나!"
돌순이가 야유를 하듯 뒤에서 비웃지 뭡니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목이 터져야 얘기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그저, 메아리처럼 다시 돌아 올 뿐이었죠.

좋아라하고 돌순이가 이틀 씩이나 외박하는 사건이 결국 터졌어요.
이유는 숲에 숨겨 놓은 알 때문이죠. 제 알을 밤에 품고 싶어서 못 견딘거죠. 알을 낳아 놓고 품는 것를 누가 만류하나요.
"돌순아, 그러다 주인님이 노여워 하시면 큰일난다. 어서 집에 가자!"
"싫어. 오늘, 밤새도록 품고 있을 거야!"
못 미더워 그러지 말라고 숫차례 만류하고 했지만 게가 고집이 세 가지고 누구 말을 듣질 않아요. 그게 병이죠.

  첯 날은 외박했어도 참은 듯 했어요. 다음 날 저녁에는 주인님이 미리 다 불러 들여 저녁에 다 몰고 왔으니까 외박할려고 해도 할 수 가 없었지요. 그리곤,집에 끌려 들어온 돌순이가 어떻게 됐냐고요.
"쾍쾍 놔요! 내가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데 왜,말려요."
돌순이가 주인에게 가느다란 회초리로 맞으면서 울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하는 소리입니다. 정말 고소하더라도요. 제가 그렇게 맞고 혼났으면 그 선에서 끝냈어야 했어요.
목을 줄로 매달아 문에 매달아 놓기도 하면서 주인님이 엄포를 주더라고요.
"이놈아, 또 외박할거야! 빨리 안한다고 말해. 엉? 또 그럴꺼야 안 그럴꺼야."
"쾍쾍, 싫어요. 내 맘이에요!"
작은 회초리도 많이도 맞았어요. 정말이지 불쌍할 정도로....그런데, 다음날 에도 또 외박을 했어요. 그버릇이 어데 가나요.
그 날은 할 수 없이 그냥 두고 다음 날 그러니까 3일 째 되는 저녁이었어요. 돌순이는 그날도 캄캄해지길 기다리다가 섬이라는 아지트에 숨었죠. 그게 화근이었어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주인님이 긴 대나무 장대를 들고 뛰어 가더라고요.
그날 다리 위에서 우리들 동태를 유심히 살피던 걸 보았었는데, 들어 오는 순간에 귀신같이 돌순이가 다른 곳으로 셌으니까요. 숲을 샅샅히 뒤졌다고 해요. 어스름해서 이젠 도저히 찾을 것 같지 않더라고요. 너무 어둠 컴컴하여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니까요. 게가 어두워져서 우리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는 슬그머니 내뺕었죠. 만류 할세도 없었어요.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 오는데, 너무 어둡지 않게 봐서 와야됐는데 저희는 시간 관념을 잘 못지켜요. 먼저 우리가 어렸을 때 있었던 닭들은 그것 하나만큼은 철저하고 새벽에, 꼬끼요!하고 울어서 우리를 깨워 주곤 했었는데, 우린 시간하고는 전혀 무관하단 말씀입니다. 그래서 해가 뉘엿뉘엿 기울면 집으로 올라오는 뚝 아래까지 와서 기다려야만 해는데, 돌이 때문에 다시 하류 쪽으로 내려 갈 수 밖에 없었어요. 그속으로 자꾸만 내려가서 불러들이기 위해 그곳 알이 있는 작은 섬까지 간 사이에 벌써 사라졌더라고요. 그곳에 숨은 것이죠. 주인님이 보았더라면 우리 모두 공범으로 맞았을 거예요.못가게 불러 들이려고 했는데 오리려 숨겨주는 구실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왕초는 오히려 돌순이 말만 믿고 헬렐레해서 묵인하는 것이니...
  "대장 내가 예쁜 우리 새끼를 만들어 줄테니까 기다려요!"
  "음, 그래 순이 말을 들으면 그런데, 그 숲에서 잘수 있겠어. 그리고, 주인님이 알면 난리 날텐데...."
  "염려 붇들어 매라니까요!"
  그러나, 제깐것이 뛰어야 벼룩 아닌감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주인님께서 장대를 들고 개천의 숱을 샅샅히 뒤졌다고 해요 그래서 섬처럼 생긴 그 아지트에 몽둥이 세레가 떨어졌지 뭐예요.
순동이 말로는...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 치는 거야. 머리 위로 번쩍하니 말야. 머리 날라 가는줄 만 알았어. 눈 앞에 깜깜하고 머리가 핑돌고 별이 반짝반짝 하는 거야. 그래서 벌떡 일어나 알이고 뭐고 다 집어 치고 밖으로 뛰쳐 나와 물로 들어 갔지. 그랬더니 주인님이 나무 작대기로 숲을 일일이 다 뒤져가며 조사하고 있지 뭐야. 바로 내 머리 위에서.....죽는 줄만 알았어. 그렇게 겁나기는 처음이야! "

  "그래, 내가 뭐라고 그랬어. 그곳에서 숨어 들면 조사나온 주인께 미안해서라도 돌아오라고 했지 않아. 엇그러께는 매맞았잖아. 혼자서, 안들어 왔다고. 그런데, 하루도 아니고 이틀 씩이나 외박하였으니...맞아도 싸지 싸. 암 그렇지...."
  " 얼씨구 꼴 좋다. 잘 난채는 독판 다 하더니. 그러니까. 아침에 알을 낳지 왜 감춘다고, 밖에서 나. 여기 우리에다 낳으면 오죽 좋아 "
  "제까짓게 숨어봐야 부처님 손바닥이지. 아니 우리 주인님 손바닥이지 어디 숨어 그래 여태, 그만큼 봐 왔으면 알아야지 은공도 모르고, 숨기는 왜 숨어."
  모두들 한 마디씩
  "꽤애액. 꽥!"하며 요란하게 돌아 온 돌순이를 맞았습니다.
  그래서 돌순이가 어떻게 됐나고요. 그냥 머리 위로 혹이 났지 뭐예요. 장대를 맞아 그랬지만 제 말로는 고개를 숙여 덜 맞았다고 해요. 장대 세례를 맞고 그 둥지에서 나 살려라하고 내뺐지요. 그리고, 내가 알기론 알 다섯 개를 고스란히 뺐겼어요. 제가 아무리 약은 체를 해도 그게 통하나요. 머리 위로 벼락 세례를 맞고 어떻게 되었냐고요? 이젠 착하고 말 잘 듣는 오리가 되었드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