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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빼는 노인 (2)
2009.01.14 20:41
왜, 갑자기 못 빼는 노인에 관한 내용들을 떠올리게 된 것일까?
날아가는 오리 (동화)의 내용에 대하여 인용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못 빼는 노인이 먼저 기르기 시작한 열 마리의 오리는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그 오리들의 얘기는 새로운 조건을 성립시키기 때문이다. 못 빼는 노인의 오리는 열 마리였고 하천에 방임해 기르다보니 야생으로 변하게 된다. 그 오리들은 마침내 주인에게 돌아오지 않는 곳으로 멀리 갔으며 들짐승에게 잡혀 먹기도 하였다. 날지 못하였으며 깊이 않은 하천에서 쫒겨 다녔었다. 그러다가 주둥이가 떨어지 오리가 마침내 돌아온다. 그리고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는데 그 모습은 너무도 측은하였으니...
못 빼는 노인의 오리는 한 축이었다. 그 오리들은 결국에 낫선 곳으로 흘러가고 마침내 다른 오리들을 만나게 되는데 날지 못하여 쫒아가지 못하였다.
왜 다리를 저시는 거예요?"
이웃 집에서 못을 빼는 영감이 불쑥 낫짝을 들이 밀며 찾아 오자 들어 오라고 권한 뒤에, 냉장고에서 어제 먹다 말은 술을 꺼내 잔에 비우며 하는 소리다. 아직 대낮이었다. 아내는 대단한 일도 아닌 것을 들먹이더니 싸우고 나서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벌써 삼 일째다.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공장에서 지낸지가......
못빼는 노인은 기력이 없어 힘든 일은 못한다. 우연히 맞은 편 목공소에 취직을 하여 헌자재에서 못을 빼는 일을 하고 있었다. 못 한 개를 빼는데 2원이라고 한다. 하루 2만원을 벌려면 2만개를 빼야 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닐성 싶었다.
"양산에서 개를 좀 길렀지..."
"양산이 어디에요?"
나는 아직 이곳의 지역에 익숙치 않아서 누가 찾아와 어디서 왔다고 하면 다시 묻고 그곳이 어디냐고 반드시 묻곤 했다. 그래야만, 다음에 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이라면 무슨 동, 무슨 지역에서 왔다고 하면 대번에 짐작했지만 이곳에서는 도데체 감이 잡히질 않는다. 구역이 너무나 방대해서다. 영동서 옥천에 이르기까지 거리도 거리려니와 도무지 생전 들어 보지 않은 이름들이었다.
"영동으로 가다보면 있어!"
"아, 예?"
대답은 했지만, 알수가 없다. 부산 못미쳐 양산은 잘 안다. 그곳에 거래처가 있기 때문에 수없이 다녔었다. 통도사라는 절이 지척인 양산은 잘아는데 영동에 있는 양산은 전혀 모른다.
"아마, 몇 백만 마리는 길렀지. 그곳에서 내가 최초였으니까 그렇게 대규모로 기른 사람은...."
"정말 그렇게 많이 기르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없으시잖아요?"
나는 노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몇 마리는 길렀겠지만 수 백마리 정도는 아닐터였다. 오리를 사올 때도 너무 고르다가 주인에게 혼이 났을 수도 있었다. 오리 뿐만이 아니고 그 중고 목공소 한쪽 편에 움막처럼 만든 가축 사육장엔 온갖 동물들을 다 있었다. 토끼, 닭, 칠면조, 개, 기러기, 또한 보기에도 징그러운 뱀까지도.....
"오토바이를 타고 짠빱을 실어 나르다가, 오밤 중에 뒤에서 달려오는 화물차에 치어 버렸지 뭐야!"
입에서 침이 튀어 상 위에 있는 내 소주 잔에 빠진다. 나는 젖가락을 들어 소주잔을 휘 젓어 얼른 입에 털어 넣었다. 다시 재차 빠지기 전에 마셔 버리는게 상책이었기 때문이다.
"아, 그래서 오토바이는 포싹 찌그러 들고 나는 거짐 다 죽었어. 의식이 가물가물 하였지만 모두 알고 있었지. 의사가 아주 죽었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시체니까 진료도 안하더라고. 멀쩡히 살아 있는데 그런 대접을 받았지 뭐야. 쩝쩝-"
술을 마시고 입이 쓴지 입술을 다신다.
내가 재차 노인의 잔에 술을 따랐다. 술을 얼마나 잘 먹는지 벌써 여나무 잔을 연거푸 마셔댄다. 그렇지만, 술이 문제가 아니었다. 대낮인데도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삼 일 동안을 버티다 보니 몸도 마음도 기진맥진하여 오늘은 집에 돌아 갈 심산이었다. 그러니, 일하기는 이미 틀려 먹었고 술 생각이 나서 사무실에 절름발이 노인과 주거니 받거니 마시고 있는데, 자꾸만 눈물이 났다.
아내와의 냉전으로 결국 피해만 보는 것은 나였다. 아내 또한 집에서 이불만 뒤집어 쓰고 누워 있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전화를 해서 알았지만......
"모두들 다 죽었다고 사람 취급도 안하는데, 내가 잘 아는 한방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살아 난거야. 의사가 내 동생뻘이라 지금도, 찾아가면 아이고! 형님 어서 오세요하고 깍듯이 인사부터 하지. 그래, 우리 형님이다하고 그렇게 치료를 하니 대번 의식을 찾지 좋은 약만 쓰는데 낫지 안낫고 배기감!"
"아하, 그래서요!"
내가 노인의 기세를 세워줄 요량으로 박자를 맞춰 준다.
"그 뒤부터 연신 개고기만 먹고 보신을 하였지. 그만하기 다행이지 그래도 이렇게 멀쩡하게 돌아 다니는 게 어딘데..."
왠지 사연이 있는 듯 말끝을 흐린다.
"그럼, 다리는 그 때 다치신 거예요?"
"아암! 그 아우가 아니었음 난 벌써 죽었을거야. 그래도, 우리 형님이라고 온간 약제는 다 써서 먹였으니 그 약값만 해도 숼 찮았지 아마. "
"약 값은 누가 냈어요?"
"물론, 내가 냈지. 퇴원할 때 전부 지불했고 말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났는데 자신이 냈다는 건 좀 이상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따져서 무엇하겠는가! 단지, 노인이 유별나게 몸 보신을 위해 온갖 짐승을 다 기르는 것이 확실했다. 오리도 아마 그 중에 하나겠지만, 하천에다 방치하고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처제가 언젠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그 아주머니도 한갑은 지날 성 싶었다. 이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손주를 데리고 가끔 나오셔서 하천에 돌아 다니는 오리를 보며 혀를 찼곤 했었다.
"글쎄, 저게 뭐하는 짓이야! 그냥, 남 좋으라고 놔 길러? 아무나 잡아가면 그게 장땡이지.저렇게 방임(放任)하여 누구 좋은 일만 시키더란 말이야. 돈주고 사다가 그냥 놔 놓으면 임자가 따로 있기나 하간. 하여튼 우리 처젠 알아 주워야 한다니까 그저, 주책이 없는 것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똑같아 똑같아.....쯔쯧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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