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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 봄이 왔어요!

2009.02.09 22:15

文學 조회 수:3196



  봄이 오고 있어서인지 도로변으로 펼쳐진 산의 능선과 계단식으로 내려오는 천수답의 논둑마다 흰 눈이 쌓여 있는 음지와는 대조적으로 따뜻한 양지쪽은 초록의 풀이 융단처럼 깔렸습니다. 마치 뒷걸음질치는 겨울의 동장군을 밀어내는 것처럼 봄빛의 봄 처녀가 부드럽게 골짜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았지요. 그렇지만, 아직도 차고 음습한 공기가 그늘에 머물러 있다가 밤에는 다시 차갑게 기류를 형성하고 찬 바람을 씽씽 거리며 불어 대었어요. 하지만, 낮에는 양상이 전혀 달랐지요. 산의 골짜기 여기저기에서 아직도 동장군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봄 처녀에게 들켜서 혼이 납니다. 겨울 동안 추위로 괴롭혔던 앙상한 나뭇가지에 남아 있던 눈도 녹아내리고 따뜻한 봄기운은 얼음처럼 차고 딱딱한 자신의 몸을 휘감았으므로 줄줄 녹아 흘렀습니다. 이미 형체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한 탓에 곧 한기를 잃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 비참한 모습을 똑바로 들고 봄 처녀와 마주칠 용기조차 없었지요. 조금만 더 있으면 동장군은 녹아 버릴 것이라고 측은히 여긴 봄 처녀가,
  “인제 그만 가시지요, 겨울 아저씨!”하고 말하자 뜨거운 입김이 이내 불어와 동장군은 화들짝 놀랐습니다.
 “귀찮아서 안 그래요? 조금 더 있다가…….”하며 음지쪽에 숨어 있던 동장군이 찌푸린 얼굴로 겨우 대답합니다. 무척 게으르고 나태해 보였지만 천연덕스러웠답니다. 왜냐하면 겨울 내내 자기 세상이었지만 지금 물러나면 한 해를 더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겨울 아저씨는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는 것처럼 뜸을 들였답니다. 불시에 꽃샘추위를 몰고 오려고 기회를 엿보는 중이었지요.
  그걸 눈치 채지 못할 봄 처녀가 아니었습니다. 자꾸만 거짓말을 하는 동장군 때문에 봄 처녀는 화가 났답니다. 겨울 아저씨가 물러가지 않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꽃을 피우고 새싹을 틔우지 못하기 때문이었지요. 잘못하면 여름이 성큼 다가와서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쫓겨날지도 모르므로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때가 이르면 물러나야 하는데 그렇게 머물게 되면 제가 할 일을 하지 못하잖아요!”하고 소리를 꽥 질렀답니다. 조금 전에 속삭이던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간 곳이 없었지요. 죄를 뉘우친 것일까요? 동장군은,
  ‘꼬리야 나살려라!’하며 달아납니다. 그 모습을 보며 봄 처녀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답니다. 방긋방긋 웃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동장군이 채찍질을 하던 나무가 부드럽게 감싼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으로 부스스 잠에서 깨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