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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상념 중에... 2017.11.06

2017.11.14 14:58

文學 조회 수:50

  어제는 일요일이었고 공장에 출근하였다. 아내와 둘이서 일을 해 보지만 도무지 진도가 없었다.

  아들은 나오지 말라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식탁에서 말해 두웠었다.

  11월 8일 정도에 미국 라스베거스로 헬스 대회를 간다고 하여 계속하여 맹연습을 하므로 오후 출근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들을 믿고 싶지 않았으므로 꼴보기가 싫어서다. 그리고 돈 줄을 막으려고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었으므로 앞으로는 계속하여 함께 일하지 않으려로 작정을 하여 둔다. 이대로 방치를 하는 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계속하여 아들이 헬스에 집착하고 빠져 들 것이 자명하였는데 그건 지금까지 점점 더 심해지는 경우를 보아서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며칠 전에 오후만 일을 하였으므로 4만원씩 열 흘 분으로 40만원을 입금해 주고 지금은 일을 시키지 않는 상태.


  어제 저녁에는 잔업을 하지 않았지만 탁구를 치러 동호회에 나가지 않았다. 아내가 결혼기념일(11월 6일)에 대하여 불만을 표출한다.

  "결혼기념일에 여행도 가지 못한다고... 이게 뭐야!"

  사실상 결혼 29년차다. 그런데도 우린 여행 한 번 마음 놓고 가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같았다.

  울적한 기분이 밀려든다.

  '내가, 그토록 못났을까!'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지금까지 29년을 함께 동거동락하면서 여행 한 번 제대로 간 적이 없었다는 생각. 기계 제작이라는 자영업을 함께 하면서 일 손이 없어서 시다쟁이로 그토록 부려 먹기만 했었는데 왜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가! 가는 자책감.

  그렇지만 이번에는 발안으로 나갈 기계 때문에 언제 완성할지 도무지 진전이 없다. 아들이 참여하지 않을 수록 그 원망이 깊어진다. 함께 일하여 더 많은 기계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던 마음이 사라진 이때, 정말로 글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오전 11시에 집에서 이 글을 쓰고 있었다. 출근을 늦게 하더라도 내 마음을 정리하는 게 급선부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는 아침에 모친이 입원한 요양병원을 다녀오기 위해 나갔다. 한 달 입원비를 지불하는 데 내 카드를 들고 나갔다. 입원비를 모두 내가 대 주워야 하는 데 그나마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자식의 소원이었다. 

  예전에는 모친에게 모든 걸 기울였지만 지금은 아내를 그렇게 생각하였다. 엄청난 반전이다. 군대에서 배를 굶지 않았으므로 고기국과 맛있는 반찬을 먹게 되면 우선 모친이 생각났었다. 행여 굶지 않을까? 싶어서다.

  돈이 없어서 쌀을 구입하지 못하였던 가난한 어린 시절에 모친은 머리에 다라를 이고 다니시면서 고물 장사를 하셨다. 그리고 저녁에는 밤 늦게 돌아 오셨는데 그 손에 밀가루가 들여 있었다. 집에 돌아오신 뒤에 그 밀가루로 수제비를 만들어 놓고 배가 고픈 체 자고 있는 네 명의 사내 자식들에게 깨워서 먹이곤 했던 기억.

  하지만 지금의 내 삶은 이제 완전히 딴 판이다.

  그런 모친을 요양병원에 보내놓고 전혀 무관심하게 유유자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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