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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4)
2021.08.17 23:59
농약사에 아침에 들려서 독한 농약을 찾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그런 농약이 없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일반 농약만 3통 사서 갖고 나오면서 조금은 부쾌감이 든다. 독극물인 싸이나(청산가린)도 화공약품 집에서 판매가 되지 않았고 독한 농약도 농약사에서 판매가 되지 않다보니 비들기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하여 농사를 헛지랄 할 수 만은 없지 않은가! 명세기 인간이 해충과 해로운 조류, 그밖에 해로운 고라니, 멧돼지에게 계속 당하고만 살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불만이었다.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살 수 없다는 결심을 하고 나자,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을 모색하기에 이른다.
'그래, 쥐약이다. 쥐약을 구매하자!'
파란색 쌀 쥐약에는 신경독이 묻혀져 있었다. 그래서 쥐가 잘 다니는 곳에 쌀 쥐약을 뿌려 놓기만 해도 쥐가 먹고 죽게 되었는데 이 원액을 구매하여 활용하겠다는 게 계획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약품을 구매하게 된다.
2. 콩 밭을 매다보면 곳곳에 똑같은 간격으로 싹이 튼 것이 보였다. 콩을 심을 때 기계로 심기 때문에 마치 모를 심은 것처럼 일륜적으로 간격이 떨어진 낙하 지점마다 콩이 싹터야만 했다. 그런데 중간 중간이 끊겼고 그곳을 다가가는 순간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이게 뭐야! 떡잎과 새로 돋아 난 싹이 모두 뜯기고 줄기만 남아 있으니..."
심각한 일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비들기가 찾아와서 먹이처럼 뜯어 먹을 일을 생각하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젠장, 비들기 먹이를 주기 위해 콩을 심었는가?' 싶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매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나고 있었다. 비들기 한 마리가 먹어치우는 양이 선찮았다. 그리고 한 두 마리가 아니었다. 너뎃 마리가 진을 치고 기다렸다는 듯이 내려 앉아서 밭고랑의 콩을 모조리 뜯어 먹을 판이었다. 그래서 봄에 심었던 윗 밭에도 흰 콩이 떡잎이 모두 뜯긴 체 전멸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콩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었는데 도무지 속수무책이라니...
3. 이런 심각한 피해를 당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심지어 이곳 마을의 주민들조차 거들어 주지 않았는데 농사를 못지을 정도로 피해를 당하는 일에 대하여 그다지 관심들이 없어 보였다. 그만큼 야생 조류에 콩을 심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당하면서도 전혀 박멸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내가 3년 째 콩을 심어 봤지만 똑같은 현상을 겪어 왔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완전히 망쳐 놓은 콩밭을 보면서 아예 포기를 선언하기에 이를 정도로 야생 동물들로부터 농사조차 못 짓겠다고 하송연도 못할 형편인 것이다.
4. 이번에도 검은 콩을 심어 놓고 벌써부터 비들기들에 의하여 피해가 속출하게 되자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그리곤 이번 만큼은 손 놓고 당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을 한다. 정의로 놓고 따지려드는 자연주의 자들아 너희들이 농사를 짓는 고충를 알기나 할까? 얼마나 야생 동물들에 의하여 피해를 당해야만 이 절망적인 위기가 벗어날까?
짐작컨데 농촌에서 가장 큰 일은 농작물의 피해라는 점이었다. 아무리 농사를 지으려고 해도 밭이 쑥대밭이 되어 농사를 망치는 게 다반사가 되었는데 그게 어디 인간이 동물들에게 당할 수 밖에 없는 속수무책의 일이던가!
5. 그렇게 생각하고 자세히 땅 바닥을 살펴보았더니,
'떡잎과 새로 나오는 잎이 모두 끊어 버려서 줄기가 남아 있지 않은가!' 하고 깜짝 놀라고 만다. 이때, 비들기 두 마리가 콩 밭을 메고 있는 등 뒤로 내려 앉았다.
"훠이! 훠어!"
쫒아도 보았지만 다시 저만치서 내려 앉고 마는 비들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