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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이곳은 원래가 황량한 벌판처럼 땅만 덩그런히 쓸모 없이 놓여 있는 공터였었다. 처음에 폐 전선드럼을 수리해서 전선 만드는 회사에 납품하던 수집상이 빌려 썼었다. 그들은 형제였는데 두 사람이 전국을 돌아 다니면서 전선 드럼을 걷어다가 이곳에 쌓아 놓고 그것을 적당하게 수리를 하여 근처 전선 공장에 납품을 하는 게 전문이었다. 전선드럼은 목재로 만든 원형의 판을 중간에 가로로 판을 대고 양 쪽에서 못을 박은 것으로 그것으로 전선을 감아서 사용하는 일종의 전선을 감는 도구였다. 전선회사 측에서는 신품으로 구입하는 것과 중고 드럼의 가격이 커서 그렇게 중고 판매상의 제품을 선호하다보니 수집상이 난림하였지만 아무 것이나 입고를 시키지는 않았다. 쓸모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기준을 갖고 있었으므로 엄격히 말하면 목재가 썩은 것 부러진 것은 반품을 시켰으므로 납품을 하는 입장에서는 중간에 경유지가 있어서 제품의 이상 여무를 반드시 확인하고 수리를 할 목적으로 중간 기착지를 두게 되는 데 이곳이 바로 그런 용도로 쓰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이 그런 중간 기착지가 될 정도로 입지적인 조건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한 달에 세 값으로 주는 돈이 불과 십만원에 불과하던 것이 점차 올라서 오십만원이 되었지만 땅 바닥은 맨 흙 바닭이었고 원형으 전선 드럼이 몇 단이고 쌓여서 담을 이른 것처럼 사방 팔방으로 막혀 버린 상태로 마치 울타리를 이르고 중간만 차와 지게차가 다릴 정도로 길이 나 있었다. 그리고 못 쓰게 되 전선 드럼은 깊이 파인 웅덩이에서 항상 불에 타고 있었으므로 연기가 나와서 하늘로 길게 꼬리를 그은 것처럼 피어 올라왔다. 나무를 불에 때어 없애 버리기 위해서 저녁에는 더 많은 불꽃이 피어 올랐지만 그런 것을 탓치하는(막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이렇게 황량하고 볼품없는 땅이 새롭게 바뀐 것은 농기계센타가 이사를 오고 나서였다. 이들은 부부지간에 함께 운영하는 전형적인 가족 단위 농기계 수리센타였다. 그런데 앞서 다른 곳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그곳의 사업소가 도로로 편입되는 우연이 겹쳤고 많은 보상비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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