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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감자를 캐면서... (3)
2022.06.24 08:52
어제는 감자를 캐기 위해 군서 산밭에 갔다가 오전만 작업하고 장대비를 만나게 되어 경운기에 그동안 캔 감자를 싣고 내려오게 됩니다. 아내와 둘이서 감자를 캐다가 비를 만나서 쫄딱 젖게 된 것입니다. 감자는 많이 들어있지 못했습니다. 한 달 가까이 비가 오진 않는 초유의 사태가 작황을 나쁘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감자를 캘 때 줄기에 주렁주렁 매달리는 감자의 굵직함보다는 작은 크기의 새끼 감자가 많이 띄였습니다. 그리로 검은 비닐을 씌운 흙조차 돌덩이처럼 호미가 들어가지 않았고 딱딱한 흙에서 끌려 나오는 감자는 그 크기가 예년의 절반으로 줄어 있었지요.
6. 그렇지만 내 딴에는,
'이만한게 어디냐!' 하는 위안이 들었다.
작년에는 하나도 감자를 캐지 못했었으니까. 그럴만도 했다. 그 이유는 감자를 심을 때 비닐을 씌우고 그 구멍을 뚫는데 둥굴게 찢어내지 못하고 그대로 둔 게 감자싹을 나오지 못하게 만들어서 비닐 속에서 고사한 게 원인이었다. 그래서 올 해는 2년 전에 사용하던 쇠 파이프로 둥굴게 비닐을 찢어 놓았었다. 싹이 나올 때 찾아 가서 싹을 구멍 밖으로 끄집어 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싹이 모두 솟아 나와서 그나마 풍성한 줄기와 잎을 갖게 되었지만 문제는 하늘이 내리는 빗물이 없었다.
초유의 가뭄 현상.
감자를 캐야만 하는데 장마와 겹쳤다. 감자는 가뭄으로 인하여 아직 체 크지도 않고 알이 굵지 않은데 장마가 와서 캐내야만 하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택이 남아 있었다. 비가 내려서 감자밭이 물에 잠기면 땅 속에 있는 감자는 축축한 물기가 스며들어 오히려 썩고 싹이 날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어제는 망설이지 않고 감자를 캐러 갔던 것인데,
'아뿔싸, 장마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고 오전만 캐다가 모두 수거를 하여 철수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어짜피 각오한 일이었다. 감자를 캐내야만 했고 비가 오면 중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예고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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