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글을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서는 편집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건 글을 쓰던 초기와는 전혀 다른 수정 단계가 필요하지요. 그래서 그 내용이 처음 인용하던 방식과는 다르게 변할 수 있게 되는 데 워낙 방대한 내용의 자료를 모아 놓고 새롭게 써서 보완을 하게 되는데 이 때의 정신력을 혼연일체로 끌어 올려야만 하는 어려움이 가중됩니다. 마치 신이라도 된 듯이 3인칭 소설의 경우는 심리적인 부분관 정신 세계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작가의 정신 세계를 몰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심리적인 불안감은 그런 작품의 몰입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하는 문제점이 됩니다. 

  49. 아내의 유방암으로 인하여 내 생활에 전반적인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이 위기로 인하여 다른 변화를 갖게 된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것이다. 내 운명에 대한 새로운 계기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의 등장이다. 그런 기계제작에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왔던 그 동안의 생활에서 책을 출간하지 못하는 아쉬움에 대한 욕구불만이 내제 되어 있다가 일시에 폭박하는 대 변혁을 내포하고 있었다.

  11월 1일부터 아내가 3차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 이 때를 기회로 내가 10일간 편집 작업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공포한 마당. 한껏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1년을 여유로 책을 출간하겠다는 결심을 하였지만 실천을 할 수 없었던 그동안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어서다. 

  기계 제작이라는 직업적인 작업을 함께 하면서 글을 쓰는 것은 가능하나 편집 작업은 못하고 문맥이 끊기고 몰입하는 데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집중도가 부족해서였다. 350페이지 분량을 글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서는 그 모든 내용을 한꺼번에 수정하여야하는 데, 너무 방대하다보니 수정하는 과정에서 한꺼번에 뒤까지 전체를 읽고 난 뒤, 다음 날 다시 수정하려고 하면 모두 잃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다음 날에 다시 가물 거리면서 내용이 와 닿지 않으면 다시 전체 내용을 암기하듯이 읽게 되는 데 그 때는 벌써 어제 다른 오늘의 상황이 앞을 막는다.

  기계 제작 일을 하루종일 하다가 퇴근한 뒤, 집에 돌아와 있다보니 저녁 무렵이었고 피곤함이 가중되기 일쑤였으니 딱딱한 글의 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올리 없었다. 그렇게 하여 쫒기듯 한 삶에 빠져 버리면 다른 건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글의 내용이 모두 지워져서 등한시한 체 지금까지 2022년이 후반기에 이른감이 없잖았다.

  50. 그런 상황에서 아내의 유방암 발생은 중요한 계기를 삼게 했다. 아내가 도와주던 기계제작 일을 혼자서 할 수 없다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물론 혼자서 할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일의 무게가 너무도 압도적이여서 도저히 진도를 나가 수가 없다는 자포자기 상태가 되곤 했었는데 그건 절망에 가까운 심정으로 빠지게 했다. 한 마디로 일중독병세로 인하여 인생포기 상태에까지 이른다. 그처럼 복잡한 심경변화는 결국에는 다른 탈출구를 모색하게 하는데 그것이 바로 문학적인 방향으로의 자연스러운 전환을 불러 왔다. 

  '기계 제작 일은 아내와 둘이 할 때 능률이 나지만 책을 출간하는 편집 작업은 혼자서도 가능하다. 그것은 내가 가장 잘 하는 분야이고 다른 사람이 도와주지 못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혼자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방향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머리가 아프지 않을테고...'

  이렇게 앞서 이틀 간 시도를 해 본 뒤, 그렇게 방향 전환을 모색하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아내가 이번 3차 항암치료를 받는 11월 1일은 바로 그 D-Day 날이다. 그로부터 10일간 나는 편집 작업에만 매달리려고 한다. 

  51. 기계 제작이라는 개인사업과 책을 출간하기 위한 편집작업. 그 두가지를 놓고 양립하고 있던 그 동안의 생활은 기계제작에만 편중되어 왔었다. 그리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는 우려는 내 마음 속에서 불만으로 쌓여만 왔었다. 올 해부터는 국민연금도 65만원씩 나오게 되어 변화를 모색하려고 했지만 그렇지 못했었다.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끊기면 심리적인 불안에 사로 잡힐 수 있고 더 이상 물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최악의 사태가 인생포기를 또 다시 경험하게 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버려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한 소인이였다. 지금까지의 풍족한 생활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계속 가로 막아 왔었는데 그것을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보상 받을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지출이 너무 많은 생활을 하고 있어서다. 

  그러다가 3개월 전, 아내가 유방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