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욕심을 버리면 글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는 물질적인 보상이 뒤 따르지 않는다. 이경우 어떻게 견뎌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급격한 몰락을 경험하게 되고 궁핍함과 적자를 볼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의 시작. 극한 생활을 견뎌낼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경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게 또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내가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일에 충실히 살아 왔고 지금가지 63세의 세월 동안 어느 정도의 재산도 모아 놨다는 자부심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의 모든 걸 버리고 궁핍한 생활을 돌아가야만 한다는 건 결코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131. 내 생활의 기조는 현재로서는 돈도 버는 지금의 직업을 유지하면서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있으면 더 많은 시간을 글을 쓰는 데 기울이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아내의 유방암이 발생한 것은 커다란 비극이라고 할 수 있었다. 뿌리를 송두리체 뽑힐 정도로 커다란 충격적인 사건이고 그 영향으로 내 모든 신념이 무너져 내리는 아품을 당한다. 그동안 짬짬히 갖던 여유로움을 전혀 찾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여유라는 건 내가 직업적인 작업을 하고 난 뒤, 그 보상으로 받는 남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책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기계 제작에 참여하지 않게 되면서 오히려 시간이 더 부족해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전반적인 여유가 이제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내가 할 일만 늘어난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 놓고 그 다름에 여유를 즐겨야만 하는데 지금은 일을 하지 못해서 수입이 줄고 부족한 자금력을 보충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데 소비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내는 계속하여 항암 치료를 4차례나 받았었고 나는 일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곤란한 상황이 일어났다. 일을 하지 못해서 온통 걱정이 가득했으니 여유가 있을리 만무한 상황.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두 사람이 하여야 하는 일의 차이점과 능률은 엄청나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해 낼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

  산더미처럼 쌓이 일. 해도해도 끝이 없는 일에 휩싸이다보면 그만 질려버리고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린다. 이때는 도저히 일에서 벗어 날 수 없다고 판단이 들면서 포기 상태가 된다. 마침내 앞 발 뒷 발 모두 들어 버리는 항복해 버리고 스스로 절망감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되면서 죽음을 연상하게 된다.

  이렇게 최악의 경우에는 오히려 혼자가 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아내가 차라리 없다고 판단이 서자 이제는 부양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다른 선택을 모색하여 더 밝고 뚜렷한 자각증상이 일어났다.

  '아내가 없는데 일을 해서 뭐 해!'

  이건 또 다른 역발상이다. 돈이 필요 없다는 자각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132. 새로운 돌파구를 갖게 된 계기. 

  아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차라리 혼자서 생활하는 나의 모습.

  그로인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로 인하여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볼 수 있었다. 아내가 유방암에 거리게 된 3개월 전, 그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접근하였었는데...

  자식은 별도로 독립을 하여 살고 있었으므로 문제가 될 게 없었다. 그런데 아내가 문제였다. 아내를 부양하는 가족으로 두고 있다보니 혼자만의 생활이 아니었고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어야만 했다. 거기다가 개인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종 세금이 문제였다. 글만 쓸 수 없다는 한계점이 바로 이것인데... 평균적으로 1개월에 500만원의 수입을 갖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왜, 궂이 35년의 개인사업을 유지해오던 지금의 직업을 그만 두겠는는가!  혼자서 지내면 모든 걸 버릴 수 있겠지만 아내가 있어서 그렇지 못해왔다. 그런데 아내가 유방암에 걸렸고 사경을 해매게 되면서 모든 게 바꿔버린 것이다. 이제 아내의 구속에서 해방되었고 마침내 혼자가 된 상태로 구태여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 

  충남 대학병원에 유방암 4기로 림프구와 다른 장기로 급속도로 전이가 되자 손을 쓰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결국 사망하여 장례식장에서 3일장을 치루게 된 건 오히려 자신의 해방구를 갖게 만들었다. 두 아이들은 서로 각자 분가를 한 상태였으므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터 그는 떠나기로 마음 먹는데 그렇게 미련도 갖지 않을 수 있었다. 

  추신 : 지금은 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적인 견해를 몰고 온다. . 그래서 언제가 글만 쓰고 책만 출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점점 더 가능성이 멀어지고 있음을 절감한다. 그것은 건강이 뒤따르지 못해서 나이가 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노인화가 되어 간다는 걸 절감하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