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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작업방법 (73) 인생에 대한 견해 6
2023.01.21 21:08
286. 오늘 오전은 선반머싱 기계를 고치느라고 보낸 뒤, 오후부터는 칼 부분을 제작하여 페인트 칠을 끝냈다. 그리고 현재 시각 9시 05분 저녁을 늦게 먹고 다시 10시까지는 작업을 하다가 퇴근을 하려고 한다.
자칫하다가는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기회가 사라지고 말 것같다는 위기감에 빠졌다.
'이렇게 하다가 설 날을 하루만 쉬고 작업을 하여 이월 이십 오일(2월 25일) 기계를 김포로 납품하겠다는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겠구나!'
마무리 단계였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고, 할 일은 많고,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은데, 날은 저물고 말았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너무 늦게 깨닫았어! 이렇게 무리를 해가면서 늦게까지 작업한다고 한 들 미리 하지 못한 작업이 학교 다닐 때 시험을 보기 전 날 벼락치기처럼 공부한 때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걸 왜, 몰라!'
내 자신에 대한 후회가 몰려 왔다. 그 중에 아내가 유방암에 걸린 이후 작업 참여가 저조한 게 가장 큰 이유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어쩌지 못하였다.
'아내가 일하고 안하고는 별개 문제일 뿐이다. 그 것을 아내에게 전가할 수는 없는 이유는 모든 게 내가 하는 일에 약간의 도움을 줄 뿐인데 더 이상 뭘 바라겠어!'
이것은 사실이었다.
아내는 전혀 무책임하였다.
'그래, 모든 건 내가 잘못하여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아내가 유방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나 역시 포기하고 이제 더 이상 기계제작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아내는 여자여서 정밀한 작업을 하지 못한다. 아무리 오래 되어도 경력이 쌓이지 않는 견습공일 뿐이다. 그만큼 할 수 있는 일이 달랐다. 그런데 아내를 놓고 책임 회피를 하려고 하다니...
'이 얼마나 간사한 인간의 마음인가!'
여기에 복잡한 내용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이제는 내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관계를 넘어서 아내가 살아 났다고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인하여 내가 짊어져야만 하는 짐이 다시 커 졌음을 의미한다.
'아내가 차라리 죽었다면 모든 걸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그래서 이 일도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아내가 다시 살아 났다는 점은 내게 다시금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뜻했다. 그래서 다시 다람쥐 체바퀴같은 이 일을 하여야 하는 것이고...'
이렇듯이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아내가 살아 돌아온 것이 싫지는 않았다.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할 수 있었으니까. 다만 내가 돈을 벌지 않을 수 없다는 지금까지의 생활이 연장되었음을 받아 들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다시금 재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도 그 의도치 않은 기계제작 일에 시달리지만 한바탕의 고비를 겪고 난 뒤, 다시금 의욕을 불태우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