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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나는 누구인가! (13)
2023.03.14 23:06
401. 내가 잘 하는 건 글 쓰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뒤로 미루워 둔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복잡하게 얽혀서라고 할 수 있었다.
우선 첫 번째는 기계 제작 일 때문이다. 내 직업을 갖고 일에 종사하여야 하는 의무가 가장 최우선 되어야만 한다는 사실. 지금의 맡고 있는 기계 주문을 완성하기까지 다른 건 미뤄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일이 끝나기까지 얼마나 시일이 걸릴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탁구장을 개설하려고 하는데 그에 앞서 건물을 지어야만 했고 또한, '생활스프초 지도자 자격증 2급' 을 합격하여 레슨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또 다른 불청객이 찾아 왔다.
이런 모든 건 자처하더라도 내가 글을 쓰게 만드는 또 하나의 걸림돌. 그건, 쓰고 싶다는 의무감 같은 거였다. 지금의 내게 가장 큰 소망은 언제든지 어느 때 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과거의 추억이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떠 올려 본다.
모친은 머리에 다라를 이고 다니면서 골목을 다니면서 소리쳤다.
"고물 사세요!"
양철로 만든 원형의 다라에는 강냉이 띠밥과 세탁비누가 들어 있었다. 그것으로 집집을 돌아다니면서 고물과 바꿨는데 어떤 때는 한 짐이 넘기도 했다. 그것을 팔아서 그날 벌어 생기는 돈으로 때로는 쌀, 국수, 밀가루, 감자, 고구마... 등 을 사 갖고 들어올 때는 해가 져서 캄캄한 어두운 밤이었다.
'형아야, 배 고파!"
둘째 동생과 세 째 남동생들이 보챘다. 그러나 쌀 독에는 쌀이 없었다. 먹을 거라곤 하나도 없는 부엌. 셋 방에서 살던 어렸을 때의 삶 중에 아버지는 비치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엄마가 돌아와야만 먹을 게 만들어 진다. 유년기에 있어서 아버지의 존재는 사라졌다. 내가 아는 그런 열 살 이전의 모습에 아버지가 왜, 없었을까? 그건 나중에야 밝혀진 일이지만 늘 좋지 않은 일로 인하여 감옥에 자주 들락 거리던 탓에 집에 붙어 있지 않았다는 것 밖에 모른다. 둘 째가 훌쩍거리자 세 째도 울기 시작했다.
"나도 배가 고파... 엉엉...엉..."
둘 재는 열 한 살, 나는 아홉 살, 그리고 세 째는 세 살이었다. 막내인 네 째는 엄마 등에 엎여 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간난 아기여서 집에 두고 다닐 수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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