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딸을 돌 보는 탓에 아내가 부재를 한 공장에서 혼자서 기계를 제작하는 건 그만큼 어려움이 가중됩니다. 함께 보조를 맞춰서 조립을 하는 단계였지만 결국 완성을 코 앞에 두고 자리를 비운 아내. 혼자서 낑낑 대어 봤자 그 한계성에 그만 포기를 하고 마는 만연된 거부감. 그 모든 걸 이제는 절대적으로 몰이할 수 없다는 소심함. 결국에는 한계성으로 인하여 내일로 기야할 수 밖에 없는 연장성. 그리하여 어제는 하는 일 없이 혼자서 공장에서 하루를 보내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딸이 와서 손녀를 데리고 가면 내일부터는 기계를 완성하여 모래 쯤, 납품할 수 있으리라고 여깁니다.

170. 어제 저녁에는 월요일이여서 탁구장에 갔다.

공장에서 일을 하는 건 육체적인 노동이 필요치 않았다. 다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컷다. 반면 밭에 가서 농사를 짓는 건 정신적인 것보다는 육체적인 노동을 요구한다. 농사 일에 한창 바쁠 때는 집에 돌아와서 탁구장에 가는 걸 중단할 필요성을 느꼈다. 체력의 소모가 커서 과로 상태가 되어 봄에 이석증을 겪었던 만큼 매우 주의한다. 하지만 계속하여 공장에서 기계 제작 일에만 전념하다보니 육체적인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아졌다. 그야말로 혈액순환이 잘 되지를 않는 것인데로 피곤해서 일거라고 막연히 짐작했었다. 머리에 손을 짚어서 열을 측정한다.

어제 집에서 나와 탁구장에 가기 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머리에서 불덩이처럼 열이 난다. 이런 현상은 혈액 순환이 좋지 않을 때 일어나는 몸의 변화다. 조심하여야만 할 경우였다. 갑자기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쓰러지는 걸 염두에 둔다면 그럴 가능성이 다분했으니까.

자동차 운전을 하다가 기절을 한 뒤부터는 운전도 조심한다.

동이면 동사무소 2층의 탁구장에 도착하여 탁구를 치면서 서서히 몸 상태가 좋아져 갔다. 강력한 힘이 육체를 감싼다. 탁구를 치면서 점점 더 정신도 맑아진다. 이렇게 하루종일 공장에서 기계 제작만 혼자서 감당하다가 얼마 하지도 않고 포기한 체 체념을 한 상태로 손녀딸을 돌보는 아내만 원망하다가 하루를 보낸 뒤, 짜증스러운 기분을 갖고 탁구장을 오후 7시 30분에 찾아 왔는데 탁구를 치면서 점점 더 기분이 좋아진다.

'음, 몸이 이석증으로 아프다가 점점 나아지고 있는 듯 싶구나! 이제는 탁구 치는 운동량도 늘려 보자! 그러나 주문들어온 기계를 어떻게한다.'

이것은 욕심일 뿐이었다. 그렇게 운동량을 더 높이고 싶엇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기계 제작 일이 더 급하다는 사실은 현실이다. 탁구를 더 많이 쳐서 운동량을 늘리고는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도...

171. 하루종일 공장에서 기계 제작 일을 혼자서 하였지만 짜증만 났었다. 아내가 없이 혼자서 일을 하나는 건 완성을 목전에 둔 체, 그야말로 작업 물량을 처리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내 모습이 그야말로 너무도 처량한 신세였었다. 작업은 부품을 가공하여 하나씩 끼워 맞추는 과정이었다.

완성된 기계는 거의 시험 가동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끝낸 뒤, 대구 경산의 S.Hoa 라는 곳으로 납품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그건 촉박하게 움직이는 내 행동에서 나타났다. 손 놀림이 빠르게 전개되고 쇠를 깍아서 원하는 부품을 만드는 작업에 돌입한다. 원반의 알루미늄 가공품을 가져다가 필요한 회전판을 만들어 끼워야만 하였는데 제대로 되지 않고 드릴로 뚫어주는 핀을 고정할 수 없었다.

작업의 과정이 매번 똑같았다. 기계를 한 대 완성하기 위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손수 쇠를 깍고 용접으로 붙여서 일정한 모양과 형태로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셋트가 필요했다. 그런데 새 기계를 제작할 때는 모든 게 미리 만들어진 상태로 조립을 하면 되었다. 물론 그 조립 과정이 부품이 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나씩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직접 가공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왜냐하면 대형의 공장일 경우 외주를 맡겨서 다른 업체에게 하청을 내 보내지만 나의 경우는 아내와 둘이서 기계를 제작하므로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하였다. 그러다보니 하나에서 열까지의 공정과 과정을 직접 다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171. 중고 기계를 수리하는 건 기계를 제작하는데 공임이 훨씬 덜 든다. 지금 주문이 들어온 기계는 네 대가 모두 중고였다. 기계를 회수해 온 탓에 다시 손을 보면 되지만 전기부분을 모두 뜯어냈다. 그리고 솔라이드 부품, 모타, 에어선, 전기선, 낡은 부품.... 그런 것들은 10년 전도 사용하면 낡고 삭아서 못 쓴다. 에어 호스가 그랬다. 공압부품의 경우 에어 실린더 또한 내부에서 바킹이 닳아서 바람이 샌다. 연질의 에어 호스는 삵아서 터졌고 전기선 또한 접속불량이 있었다. 그래서 내부이 모든 부푸을 뜯어내고 새로 갈아 준다. 다시 닳아서 구멍이 커진 것은 교환하고 난 뒤, 구조 자체를 예전의 것과 신형의 것을 비교하여 문제가 되는 부분은 새로 구성한 뒤, 조립을 하기 전 페인트 칠을 하여 깨끗하게 만든 뒤, 새 부품들을 가지고 다시 완성하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