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제작이라는 본업에 대한 영향을 끼치는 건 아내의 참여다. 그런데 손녀 딸을 보아야 하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가 가장 문제였다. 딸이 직장에 복직을 하게 되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친정인 우리집와 아내였다. 물론 기계 제작이라는 개인 사업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요즘 한창 기계 주문이 밀려 들어와서 즐거운 한편 걱정이 들기도 한다. 아내가 몇 년 전에 유방암에 걸린 적이 있고 아직 5년이 되지 않은 시기였으므로 올 해 8월에 다시 검사가 밀려 있다는 거였다. 엎친데 덮친 겪으로 여기 저기 문제가 터졌으니...

159. 아일러니하게도,

"그렇다!"

하지만 이것을 내 생활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점령하여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방해 한다. 그 사실조차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어쩌지 못하고 인생의 모든 걸 그에 따라 맡기고 있는 상태였다. 무엇보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여기에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기계를 제작하여 납품을 하게 되면 그 실적으로 대금이 들어 온다. 돈이야 말로 최고의 수입처고 실적이었으며 그에 따라 웃고 웃는 일이 벌어져 왔었다.

참고로 이 번에도 4대의 기계 주문이 들어 왔고 각각 계약금이 먼저 보내져 온다. 그 돈이 각각 앞으로 쓰일 재료비였지만 그동안 굶주렸던 허기를 달래는 용도라는 점은 그야말로 최악의 기로에 섰던 과거의 경우 한 줄기 생명을 다시 이어주는 역활을 했었다.

그건 기계를 연구하여 새로운 기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연구비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 돈을 마련할 수 없었던 내가 선택한 방법은 기존에 운영을 하면서 벌어 놓은 수입을 다시 재 투자하는 거였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 기계에 이어 두 번째 기계가 완성되었을 때 다시금 새로운 의미로 부활을 하였다. 꺼져가는 자영업에 대한 새로운 터전의 모색이었다. 그만큼 새로운 기계를 개발하는 건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한 가지 기계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워서다.

"이 모든 게 새로운 기계를 연구하는 데 필요한 자금력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사업 초기 아내는 손위 처 형에게 늘 돈을 빌렸었다.

160. 이제 65세인 내게, 그 직업에서 오는 부담은 너무도 컸다. 물론 벌어 놓은 돈을 부동산으로 갖고 있었고 그것을 팔아서 노후를 살아 나갈 여력도 된다. 국민연금도 매달 많지는 않지만 들어와서 저축을 한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그럭저럭 사업을 꾸려 나가는 데 커다란 전환점은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내 건강도 조금씩 이상한 기운을 느끼지만 여자인 아내가 더 큰 고비를 맞고 있었다. 요즘 통 몸이 아프다는 걸로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여야만 할 정도로 이곳 저곳이 아프다고 난리였으니까.

"다리가 걷지를 못할 정도로 종아리라 아파서.... 병원에서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왜? 그렇게 통증이 심한거래? 그 곳은 관절도 아닌데..."

"허리 때문이래요! 허리 디스크... 허리 협착증... 그래서 물리 치료를 가서 허리를 펴는 중이고..."

그렇게 말을 하는 아내를 오늘도 아침에 물리치료를 보낸다.

161. 어제 오후에 기계에 페인트칠을 했다. 페인트 칠을 하면 일단은 한시름을 놓게 된다. 절반 이상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전기 부분을 연결하여 기계가 순조롭게 작동하도록 하는 순서를 지키면 된다. 그렇게 페인트 칠을 하기까지가 중요했었다. 물론 중고 기계여서 그런지 혼자서 작업하는 것이 그럭저럭 손에 익었다. 아내가 목요일까지 손녀를 보는 동안에도 혼자서 작업하였으니까.

그렇지만 금요일인 어제부터 기계 제작은 작업 속도가 붙었다.

여기서 이렇게 순조롭게 개인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내 모든 것을 장악하여 버렸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제 그만 이 나이에 이 직업을 그만 두는 게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계속 하여 주문 받은 기계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 나와 아내의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그만큼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기 위해서 인생을 그렇게 허비한다고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양립하는 두 가지 요소가 나에게는 늘 고민거리가 된다. 육체적인 능력이 노화로 인하여 줄어들어 가지만 과거에 지속해왔던 직업적인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였다.

물질적인 풍요가 그 모든 것보다 우선이라는 사실.

기계 제작이라는 개인사업에 내 인생을 모두 바쳐야만 한다는 인식. 그 모든 게 지금까지도 나를 지배하고 있는 이 모든 경우에 있어서 결국에는 물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유일한 창구라는 점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건 그만큼 중요했다.

왜냐하면 주문을 받은 기계의 제작은 그동안 해 왔던 내 연구가 결실을 맺었던 결과의 일환이었다. 그만큼 유명세를 타고 끊이지 않고 받을 수 있는 똑같은 기계를 만들어 내고 있었으므로 하던 일이지만 달라진 점은 육체적인 노화로 인하여 능력의 쇠진이 늘 문제가 된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그 풍요로움보다도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게 더 큰 부담이었다. 다만 주문 들어오는 기계를 다시 완성할 때까지의 과정이 너무도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와 아내는 결국 육체적인 노화로 인하여 여러가지 병마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거부 반응을 겪으면서도 어렵게 기계를 완성해야만 하였으니까.

이제는 퇴직을 하고 사업을 접지 않으면 안 되는 한계점에 점점 다가온다는 걸 인식한다.

'아, 언제까지 이 개인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개인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내가 견디는 인간의 한계성은 아무래도 무모하게 진행하는 몸으 변화에 대하여 거부할 수 없는 도전이었다. 자동차 운전을 하다가 졸도한 사건만 해도 그랬다. 그것은 죽음을 직접 겪게 되는 미래에 대한 경고였다. 그 일이 있고부터 자동차 운전을 무척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니까.